의사출신 초선 국회의원들이 한달 후면 19대 국회 의정활동을 시작한다. 아직 직업정치인이라는 말이 어색하지만 4년간 펼칠 의정활동에 대한 계획을 세우느라 부산하다.

의사출신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직업정치인으로서의 신념과 계획 등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기자는 지난 14일 박인숙 당선인 사무실에서 그녀를 만났다. -편집자 주-

▲ ⓒ의협신문 김선경

박인숙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상임위원회로 교육과학위원회를 희망하고 있다고 들었다.

교과위를 비롯해 몇몇 상임위에 지원했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 복지위로 가야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분도 있는데 복지위에 있다고 반드시 의료관련 입법을 하고 교과위에 있다고 의료관련 입법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총선 이후 이미지가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다.

부드러워졌나? 난 그대로라고 생각한다. 나를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거다. 국회의원 됐다고 이미지 관리하고 그러는 것 잘하지도 못하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아마 무언가 바꼈다면 살이 빠져서 그럴 거다. 일부러 뺖 건 아니고 선거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빠졌다. 정말 (선거운동 과정이) 힘들더라.

▶정치인으로 적당한 이미지메이킹은 필요해 보인다.

(이미지메이킹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사실 난 옷도 편한 것 그냥 입고 껄렁껄렁하게 다닌다. 이제 그러면 안되려나(하하하)? 중요한 것은 정치인 본연의 모습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 아니겠나. 지역 민심 잘살피고 민생 법안 잘 만들고 해야 한다. 외형적 이미지메이킹보다 정치인으로서의 내용과 컨텐츠를 갖추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이번 총선에서 당연 신데렐라로 불릴만하다.

신데렐라? 어떤 의미인가?

▶정치적 이력이 없던 당선인이 갑자기 새누리당 텃밭이라할 수 있는 송파갑 지역구 후보로 '짠'하고 나타난 것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그건 나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23년 동안 송파구에서 살았다. 송파구에 살면서 전문인으로서 의미있는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정말 한땀한땀 차근차근 내 경력을 쌓았다. 준비된 의원이라고 생각한다.

송파구가 새누리당 텃밭이라고 여겨서 그런지 지역구 공천을 받는 과정부터 경쟁의 연속이었다.

공천과정에서 송파구에서 한 번 살아보지도 않은 후보들이 새누리당 텃밭이라는 것만 믿고 뛰어들기도 했다. 나름 강력한 후보들이 티격태격하는데 뛰어들 엄두가 안들더라. 그래서 그만두자는 생각도 했다.
내 인생에 대한 계획도 있었고 한국여자의사회장 등도 맡아야 했다. 그런데 공천을 받았다.

내가 공천을 받았다는 것은 새누리당이 변했다는 방증이다. 지역에서 한걸음 한걸음 밟아왔던 전문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 아니겠나.

▶처음으로 겪어 본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운동은?

선거운동 기간 악수한 사람만 수천명이다. 살이 쑥쑥 빠지더라. 울산의대 학장 선거 경험이 도움이 됐다.

▶학장 선거와는 규모가 많이 다르지 않나?

규모는 다르지만 선거는 선거다. 한명 한명 만나면서 항상 눈을 마주치고 목소리를 귀담아 듣기 위해 애썼다.

학장 선거할때 악수하면서 모두 나를 찍을 것처럼 그랬지만 막상 선거에서는 찍지 않았었는데 국회의원 선거도 비슷하더라. 학장선거땐 난 한 90%의 지지를 받는 줄 알았다. 그런데 62.7%가 나왔더라(하하하).

이번 선거에서도 반드시 찍을 것이라고 생각한 곳에서는 생각보다 표가 적게 나오고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곳에서는 오히려 높게 나왔다. 하여튼 좋은 경험이었다.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직접 만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지역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입법활동에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 ⓒ의협신문 김선경

▶의사출신 다른 의원들이 비례대표인 것에 반해 당선인은 지역구 의원이다. 일단 4년후 목표는 재선일 것 같다. 장관이나 국무위원에 대한 생각도 있나?

직책이나 자리가 목표가 되면 안되더라. 자리도 얻지 못하고 일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 그냥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감투가 따라오면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직은 일종의 도구다.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날 그런 도구로 쓸 생각이다. 자리 욕심은 없다. 국회의원도 한번이면 충분하다. 물론 자연스럽게 기회가 생기면 마다할 것까진 없지 않겠나. 자리를 염두하거나 그러지는 않겠다.

▶정치인 박인숙은 보수우파인가?

좌파니 우파니 네이밍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정치인으로 정치적인 지향점을 어느 정도 갖고 가는 것은 필요하지 않나?

보수적인 면도 있고 진보적인 면도 있다. 개혁 성향이 있다는 소리도 자주 듣는다. 지난 국회에서 비례대표 신청하고 떨어지고 나서는 당시 한나라당에 대해 비판하는 글도 많이 올렸다.

굉장히 심하게 썼다. 정치적 입장도 있는데 너무 (내용이) 강한 것 아니냐는 소리가 있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내가 이번에는 새누리당의 텃밭인 송파구 지역구 공천까지 받았다는 것은 새누리당이 변했다는 의미 아니겠나.

개혁·혁신·업그레이드 이런 좋은 의미는 진보쪽에만 붙여지는 것 같은데 개혁적인 혹은 진보적인 합리적 보수우파도 많다. 반대로 진보쪽이라고 부르지만 진보적이지 않은 면도 있지 않겠나.

▶그럼 스스로를 혁신적인 보수, 합리적 중도라고 보나?

중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중도라니 애매한 면이 있나?

▶반값 등록금이나 무상의료 등에 대한 견해는?

무조건 반대는 아니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 시행에 앞서 옥석을 가릴 필요는 있다고 본다. 학생들이 피해입지 않는 선에서 대학들을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

무상의료는 일단 용어부터 틀렸다. 무상으로 어떻게 하나. 불가능하다. 한국의 의료비는 점점 수직상승할 거다. 무상의료보다 점점 증가하는 의료비를 어떻게 공적재원으로 부담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필수적인 의료를 우선 공적재원으로 부담하고 불법으로 묶여있는 임의비급여 등에 대해서도 풀어줄 것은 풀어야 한다.

말이 나왔으니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한 비용을 의사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가뜩이나 어려운 산부인과다. 지원을 해줘도 모자랄 판이다.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알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도 공연을 종종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창 때는 2년마다 공연했다. 클래식 공연만 한 것은 아니고 국악과 퓨전공연 같은 실험적인 공연도 했다.

그중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합창단이나 뇌성마비 어린이들로 구성된 애강원 합창단과의 공연이 많이 기억난다. 뇌성마비 어린이들은 악보를 보기도 어려웠는데 저마다 노래들을 익혀 화음을 맞추는데 참 감동적이었다.

이래저래 마지막으로 공연한지는 한 3년 되는 것 같다. 팔이 부러져서 한동안 못했다. 피아노는 유치원때부터 쳤다. 전공이 아니라서 중간중간 쉬기도 했다. 공연은 가끔 할 계획이다.

정치인이 된 후 출판기념회나 각종 후원회 등이 열리는데 뭔가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그때하면 좋을 것 같다. 후원자도, 환자도 좋아했다. 근데 연습을 너무 안해서…오는 8월쯤 공연을 한번 할 생각이다.

▶정치적인 지향점으로 삼을 만한 정치인이 있는가?

철의 여인이라 불렸던 영국 수상 대처를 꼽고 싶다. 최근 개봉한 대처 관련 영화도 봤다. 기대한 것보다는 별로였다.

수상에서 내려온 뒤 의 대처의 삶을 다뤘는데 너무 초라하고 나이든 모습을 강조했더라. (감독이)철의 여인으로만 알려진 이미지에 변화를 주고 싶어서였을 것으로 보이는데 난 별로였다.

그래도 '말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인격이 되고 인격은 운명이 된다'는 대처의 대사는 참 와닿더라.

▶당선인도 의료계의 철의 여인으로 불릴만하지 않나

철의 여인까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행동의 여인이랄까. 난 생각이 들면 즉시 행동에 옮기는 편이다. 검토만하다 허송세월 보내는 것을 싫어한다. 물론 그러다보니 10가지 행동 중 한가지 정도는 망친다.

좋지 않은 결과가 창피하기도 하고 좋지 않은 결과가 올까봐 두렵기도 하지만 무서워하지 않는다. 철의 여인으로까지 불러 준다면 영광이다.

▶한국 정치인들은 어떤가? 박근혜나 안철수·문재인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근혜 위원장이야말로 철의 여인이다. 한국 정치환경이 여성에게 참 가혹한 면이 있다. 더구나 박근혜 위원장 정도 되면 일거수 일투족이 다 화제다. 한번은 기자만 50명이 따라 다니는 것도 봤다.

사생활이 없다시피할 거다. 얼마나 부담스럽겠나. 그래도 무대 위에 설 줄 아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어려움들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것 같다.

안철수 교수는 정치판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보지 않았다. 때때로 공자·맹자같은 말씀을 던지는데 정치는 훈수가 아니다. 또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로서 교육에 보다 전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정치를 하려면 퇴직을 하는 게 맞다.

문재인은…잘 모르겠다.

▶면허신고제 관련해 의료계에서 많은 안티를 겪었다

일단 정기적으로 시험을 봐서 면허를 갱신하자는 방향은 아니다. 몇번이나 면허갱신 관련 시험을 보자고 한 적이 없다고 밝혔는데 여전히 내가 주기적인 시험을 통해 면허를 갱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만 적정한 수준의 질관리를 위한 면허관리 방안은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의료인의 면허관리를 해야 한다는데 공감하는 의사들도 많다. 의사들이 국민에게 존경받기 위해서 면허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스스로 참여해 주도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선진국들처럼 면허국을 만들어 상시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고 운영했으면 한다. 내 소신은 그런데 그렇다고 당장 면허국을 만들고 면허관리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일단 면허신고제가 시행됐으니 좀 두고봐야 하지 않겠나?

▶시험을 봐서 면허를 갱신하는 안은 아니더라도 면허국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은 입법할 계획이 있나?

필요하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 입법화할 생각은 없다. 의원 임기 중에 추진할 수도 있고 추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면허관리의 대상인 의료인의 의견도 들어야 하고 다양한 선진국의 사례들도 살펴봐야 한다. 막무가내로야 면허국 설립을 추진하겠나.

미국 텍사스주의 면허관련 조항은 대략 알고 있는데 규정이 상당히 엄격하다. 징계를 받은 의사의 징계 내용과 처벌 수준 등을 의료소비자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 검토하고 고민하겠다.

개인적으로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성'이라고 생각한다. 윤리란 것이 의대와서 교육 좀 한다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닌 만큼 교과위에 가서 한국 교육시스템에서 학생들의 윤리를 강화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의료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울아산병원을 예로들면 신생아를 위한 인큐베이터를 구입하기 위한 비용이 1억원인데 이 인큐베이터를 사용하는 수가는 하루 1만원이다. 인큐베이터 기기값을 벌자면 27년을 연속해서 사용해야 한다.

말이 안된다. 아포테릭신이라는 약이 있는데 독성이 강해 다른 나라들은 사용하지 않는데 우리만 사용한다. 콩팥이 망가진 후 다른 비싼 약을 쓸 수 있도록 우리 제도는 돼있는데 콩팥이 망가진 후 쓰면 뭐하겠나?

은서라는 아이가 있는데 7개의 장기이식을 하고 살아났다. 기적의 아이라 부른다. 하지만 현행법대로라면 은서는 3개 장기만 이식할 수 있다. 의사들이 법을 지켰으면 은서는 살아있지 못할 거다.

의사들이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꾸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윤리를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의사들의 올바른 목소리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함께 잘못된 제도를 바꿔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