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시대의 거장들

천재적 신동 모차르트(Mozart)의 여행과 죽음의 미스터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의 탄생 250주년이 되는 2006년을 기점으로 해서 전 세계적으로 모차르트의 인생과 음악에 대한 관심이 더욱 더 고조되고 있다. 모차르트는 역사상 가장 천재적이며 인기 있는 작곡가였다. 많은 사람들은 베토벤을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뽑지만 그의 음악을 하루 종일 즐겨 들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음악은 언제나 어디서 들어도 우리를 즐겁고 상쾌하게 해준다. 그의 음반이 클래식 음악의 장르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은 이런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

그의 부친 레오폴트(1719-1789)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음악교사였으며 잘츠부르크 궁전의 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었으나 그의 아들과 딸 난넬의 음악 인생을 위해 자신의 음악생애를 희생한 사람이다.  난넬의 회고록에 의하면 모차르트는 3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며 놀기를 좋아했고 5살이 채 되기도 전에 스케르초와 미뉴에트 곡들을 단 30분에 습득 했으며 6살 때는 최초의 <미뉴에트>를 작곡하는가 하면 9살 때는 심포니를 처음으로 작곡하였고 12살에는 최초의 오페라를 작곡하였다고 한다. 일찍이 아들의 천재성을 깨달은 아버지는 작은 잘츠부르크의 경계를 넘어 전 유럽에 모차르트를 알릴 목적으로 1762년 9월에 다뉴브 강을 통해 비엔나로 가는 도중 린쯔에서 대중을 상대로 첫 공연을 했다. 이 공연을 본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재무장관은 황제 요셉 2세에게 이 천재적인 두 아이들의 소식을 전한다. 비엔나 부두에 도착한 후 통관절차가 지연되자 여섯 살의 모차르트는 바이올린을 꺼내 즉흥적으로 <미뉴에트>를 연주하였고 이것에 감탄한 세관직원은 즉시 통관절차를 끝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해 10월 모차르트 남매는 궁전에서 공연을 하고 공연이 끝난 후 모차르트는 황후의 무릎위에 올라앉아 황후의 목을 껴안고 마음껏 키스를 해주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갑자기 이 두 아이는 비엔나의 천재 명사가 되었고 귀족들로부터 콘서트를 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으며 하루에도 두 번씩 연주를 했다. 물론 아버지는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때 모차르트는 열과 반점을 동반하는 성홍열(scarlet fever) 또는 결절성 홍반(erythema nodosum)에 걸리는데 이 병이 29년 후에 사망을 초래하는 병의 시작이 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해 12월 31일 모차르트 일가는 그동안 벌었던 돈으로 새 마차를 구입하고 5일 후에 잘츠부르크로 돌아왔다. 이때 모차르트는 다시 류마티스 열에 걸리며 관절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며 1주일간 누워있었는데 이 병은 류마티스 열병(rheumatic fever)이었던 것이 확실하다.

모차르트는 비엔나궁전을 방문 중 프랑스대사로부터 베르사유궁전을 방문해달라는 초청을 받은 일이 있다. 그리하여 모차르트 일가는 1763년 6월 9일 파리를 향해 긴 여정을 떠나고 드디어 11월 18일 파리에 도착하였다. 이 여행 중 모차르트는 뮌헨과 만하임 등 여러 도시의 궁전에서 공연을 하였으며 모차르트는 많은 음악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파리에서 11살의 난넬과 7살이 채 안된 모차르트의 연주를 보고 신문은 이 둘을 신동이라고 극찬하였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모차르트 일가는 베르사유궁전에서 2주간을 보냈으며 루이 15세와 황후는 모차르트를 신년 만찬에 초대하였다. 그해 2월에 모차르트는 편도선염에 걸리는데 류마티스 열병에 다시 한 번 걸린 것으로 보인다. 이때 모차르트는 <합시코드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를 작곡하여 루이 15세의 딸에게 증정하였는데 이것이 그의 첫 출판된 작곡이었다.

1764년 4월 10일 레오폴트는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부자 도시이자 음악적으로 활발했던 런던으로 출발한다. 모차르트는 곧 조지 3세 왕과 여왕 샤롯 앞에서 연주를 하고 그들과 친해졌다. 이때 레오폴트는 병환에 시달리게 되어 일시 연주활동이 중단되자 이 틈을 타서 모차르트는 “무언가를 하기위해” 첫 심포니를 작곡하였다. 또한 그때 모차르트는 런던에서 요한 세바스티안 바하를 만났고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는 모차르트의 나이를 1년 낮추어서 홍보하고 입장료도 대폭 줄였지만 관객들이 계속 감소하자 모차르트 일가는 1765년 7월 네덜란드로 출발하여 9월 10일에 헤이그에 도착하였다. 이 두 어린이들은 왕자와 공주 앞에서 연주가 계획되었으나 난넬이 장티푸스에 걸려 모차르트 혼자서 공연을 하고 곧 모차르트도 같은 병으로 사경을 해매였다. 이 유럽여행을 떠난 지 3년 후인 1766년 1월 26일 부모와 두 자녀는 암스테르담에 도착하고 그 후 그들은 다시 파리로 갔다. 그 후 세 식구는 취리히와 뮌헨을 거쳐 잘츠부르크로 돌아온다. 이 긴 여행은 3년 반이 걸렸으나 1767년 그들은 다시 비엔나로 가며 이 여행 중 모차르트는 천연두에 걸려 체코로 피신하게 되고 이곳에서 11살에 심포니 6번을 작곡하였다.

다시 잘츠부르크로 돌아온 그들은 1769-1773년 사이에 이태리로 세 번째 여행을 가고 그의 오페라 3편이 모두 밀란에서 공연되었다. 이 여행도중 바티칸의 시스틴채플에서 단 한번들은 <미제레레> 전곡을 거의 틀림없이 악보에 옮겨 썼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이때 모차르트의 어머니는 아들과 남편을 따라 여행하기를 원했지만 잦은 출산 때문에 가지 못하였다. 그러나 1778년 모차르트의 어머니 안나 마리, 자신은 가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아들과 둘이서 파리에 갔으며 거기서 모차르트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동안 프랑스말을 못하는 어머니는 외롭게 혼자 지내다가 병에 걸려 사혈을 받았고 객지에서 사망하였다. 1773년부터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 궁전 오케스트라의 악장직을 맡고 있었으나 그의 돌발적인 언행이 문제가 되어 그를 고용했던 왕자 대주교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1781년에 모차르트를 해고했다. 그 후 그는 10년간 비엔나에서 고용인이 아닌 독립적 작곡가로서 활동하였다.  1782년 그는 모차르트에게는 스승이자 최고의 매니저였던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콘스탄체(Constanze)와 결혼하면서 아버지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이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되며 1791년 모차르트는 35세의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났다.

모차르트는 천재임에는 틀림없지만 레오폴트 같은 유능하고 헌신적이면서도 철통같이 엄한 아버지가 없었다면 아마도 우리가 알고 있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차르트(Mozart) 죽음의 미스터리

“모차르트는 독살된 것이 아니라 류마티스성 심장판막증과 급성내막염으로 죽었을 것이다.”

1984년에 영화 아마데우스가 상영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당시 궁전의 음악감독 살리에리(Salieri)가 질투심에 못 이겨 모차르트를 살해했다고 믿고 있으나 이것은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모차르트는 35년이란 짧은 인생에 41개의 심포니와 27개의 피아노 콘체르토 등 600이상의 작품을 남겼으며 많은 사람들은 그가 좀 더 오래 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1791년 12월 모차르트가 사망한 후 얼마 안 되어 비엔나에 그의 경쟁자 살리에리가 독살을 사주했을 것이라는 루머가 떠돌기 시작했다. 말을 함부로 하기로 이름난 모차르트는 누군가가 자기를 독살하려고 하고 있다는 말을 자주 했으며 이것이 이런 루머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을 것이다. 이 루머가 오늘날까지 지속된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의 문호 푸쉬킨이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라는 단편연극을 썼는데 이 연극은 살리에리가 천재적 모차르트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질투심으로 모차르트를 살해 한다는 내용이었다.

1979년에는 영국출신의 피터 쉐이퍼가 아마데우스라는 연극을 만들어 많은 나라에서 공연하였으며 1984년에는 이 연극을 토대로 만든 영화 아마데우스가 아카데미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블록버스터가 되었다. 이 영화에서 살리에리는 이류작곡가였으며 극도의 열등감과 질투심으로 모차르트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익명으로 하수인을 시켜 모차르트에게 거금을 주고 <장례곡 Requiem>을 작곡하도록 하고 모차르트가 죽은 후 이것을 자기의 곡으로 가장하여 모차르트의 장례식에서 연주하겠다는 음흉하고도 화려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진실은 이것과는 아무 연관이 없었다. 영화의 내용과는 달리 이태리출신의 살리에리는 당대의 유명한 작곡가로서 40편의 오페라를 작곡하였으며 죽을 때까지 오스트리아 헝가리제국(성로마제국) 황실의 작곡가와 음악 감독을 40년간 역임한 유명 음악인이었으며, 그는 베토벤과 리스트 같은 거장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관대히 대해 주었으며 모차르트의 아들이 살리에리로부터 작곡을 배우기도 했다는 사실들을 알 수 있다. 1788년 살리에리가 궁전음악감독으로 승진하면서 자신의 오페라와 더불어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공연하였으며 살리에리는 이 초연을 보면서 극찬하였다. 그러나 이 오페라가 황제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몇 회 후에 막을 내리자 모차르트는 살리에리의 음모 때문이라고 불평하기도 하였다. 살리에리는 이 젊고 경솔한 욕쟁이 신인스타가 자기의 인기를 능가하자 내심 질투심을 금치 못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모차르트가 죽기 직전 장례곡을 쓰게 한 것은 살리에리가 아니라 아마추어 작곡가인한 한 백작이었으며 그는 자기 부인이 20대 초반에 사망하자 이 장례곡을 자기가 작곡한 것처럼 가장하여 발표하려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모차르트의 죽음이 수은독살이었다는 소문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독살이 아니라 급성질환임에 틀림없다. 지난 215년간 모차르트의 사인으로 부쳐진 병명은 100개가 넘는다. 그중에는 결핵, 신장염, 뇌출혈, 류마티스 열병 등 수많은 질병들이 포함되어 있다(www.bbc.co.kr). 그리고 2001년 가장 최근에 제시된 진단은 잘 익히지 않은 돼지고기를 먹어서 걸리는 기생충병(trichinosis)인데 이 진단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전문가는 역시 많지 않다.

그러면 진실은 무엇일까? 그가 사망한 1791년 가을까지 그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왕성한 작곡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11월이 다가오자 그는 열과 반점을 동반하는 중병에 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가 된다. 그 후 그는 손발이 심하게 붓기 시작하고 약 2주후에 의식을 잃고 사흘 후에 사망한다. 이 당시 의학의 수준은 청진기와 체온기도 없었으며 물론 피검사도 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정확한 진단은 불가능했으며 부검도 시행되지 않았다.

모차르트 아버지의 상세한 편지와 여러 자료들을 검토해 본 결과 나는 모차르트가 류마티스 열로 인한 심장판막증(rheumatic heart disease)과 그의 합병증인 급성심내막염(acute infective endocarditis)으로 사망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 진단이 사실이라면 모차르트가 소년시절에 류마티스 열(rheumatic fever)을 앓았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류마티스 열은 대부분 초등학교시절에 시작되며 고열과 편도선염, 피부의 반점 그리고 관절이 아픈 것이 특징이며 이병은 연쇄성 구균(streptococcus)의 감염으로 발생한다. 이 병은 치명적은 아니지만 재발할 수 있으며 보통 10년에서 30년 후에 심장판막증을 발생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이 병은 페니실린이 발명되기 전에는 자주 발생되는 유행성 질환이었다.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평생 편지를 많이 썼는데 모차르트의 질병에 대해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 그의 편지에 의하면 모차르트는 1762년 6살 때 비엔나를 방문 중 고열과 반점을 동반하는 병에 걸렸는데 성홍열(scarlet fever) 또는 결정성 홍반(erythema nodosum)이 보였다고 썼는데 이것은 후일에 rheumatic heart disease를 발생 시킬 수 있다. 1763년 모차르트 일가는 잘츠부르크로 돌아왔는데 이때 모차르트는 다시 한 번 열에 시달리고 이번에는 발과 관절이 아파서 류마티스성 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1주일간 걷지도 못하고 누워있었다고 썼다. 그 후 1764년 파리를 방문 중 모차르트는 다시 한 번 병에 걸리는데 아버지의 편지내용에 의하면 편도선염 또는 편도주위 농양 진단을 시사한다. 이 세 가지의 병은 모두 연쇄성구균으로 인해 발생하는 류마티스 열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여러 학자들이 모차르트가 류마티스 열로 사망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그러나 류마티스 열은 주로 18세 이하에서 발생하며 극히 드물게 사망할 수 있으나 이것은 소아 시절에 발생한다. 그리하여 류마티스 열로 사망했다는 학설은 호응을 받지 못하였고 대신 류마티스 열의 합병증인 심장판막의 내막염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언급되기는 했으나 가장 중요한 사인으로 제시 되지는 않았다.

심장판막내막염은 세균이 심장판막에서 자라기 시작하여 판막이 파괴되고 궁극적으로는 심부전증으로 사망하는 병이다. 균의 종류에 따라 이 급성내막염은 보통 3개월에서 1년까지 끌 수 있는 병이지만 급성내막염은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의 치료가 없이는 2주에서 한 달 이내에 사망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이 병은 고열과 동시에 반점과 심부전증으로 부종이 심하게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모차르트의 최후의 2-3주간 관찰되었다. 그리고 그는 최후에 의식을 상실하였는데 이것은 약20-30%의 급성내막염 환자에서 발생하는 뇌색전증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모차르트의 소년 시절의 병과 최후의 급성질환 모두가 류마티스성 심장판막증과 그의 합병증인 내막염으로 충분히 설명 할 수 있다.

물론 모차르트가 20세기에 태어났다면 심장의 청진과 심초음파 그리고 피검사 등으로 진단은 간단히 확인 될 수 있었을 것이며 항생제 치료로 더 오래 장수하여 우리에게 더 많은 음악을 선사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