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나요? 우리가 얼마나 좋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

이렇게 단시일 내에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그리고 국내에서 현장 실사단을 안내하면서 평소에 공기나 물처럼 그 진가를 깨닫지 못하고 지나치던 한국과 서울의 역사와 환경, 발전상에 대하여 새삼 열린 눈으로 다시 보게 되고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어느 틈에 우리나라가 이렇게 좋아졌나 고맙고 뿌듯함에 이를 널리 알리고자 이 글을 쓴다.

과거에 우리들은 경치나 시설이 좋은 곳을 보면 “외국 같애” 라는 말을 흔히 쓰곤 했다. 아마도 지금의 젊은 세대는 이런 표현을 쓰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빠르게, 그러나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 우리가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음이 틀림없다. 최근 조선일보에 “너나 애국하세요! 이상한 대한민국” 이라는 제목의 독자 칼럼이 실렸다. 애국을 말하는 것이 쑥스럽고 잘못하면 수구골통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빗댄 글이었다. 나도 이 글을 쓰면서 조금은 멋쩍은 느낌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한 시민의 왜곡되지 않은 눈으로 보고 느낀 사실을 널리 알리는 일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마음 가는 대로 이 글을 쓴다. 아마도 사심과 탐욕이 가득 찬 정치인들이 입만 벌리면 “국민을 위하여, 나라를 위하여” 라는 말을 너무 남발하였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세계학회 유치를 위하여 지난 일 년간 세계 여러 도시들을 방문하면서 새삼 우리가 얼마나 좋은 나라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지키기 위하여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세계학회 개최지 도시를 결정하기 위하여 한국을 방문한 실사단을 데리고 학회 회원들과 함께 서울 곳곳을 다니며 짧은 역사지식을 가지고 설명하면서 이것이 바로 애국하는 일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슴 뿌듯한 경험을 함께 나누었다. 이제 서울에서 자랑할 곳을 하나하나 짚어 보겠다. 

남산, 한강, 청계천, 하천: 일단 서울을 보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처럼 도심 한 복판에 크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주변이 시민의 휴식처로 잘 정비된 강이 있고 거기에 22개의 아름다운 다리가 놓여있고 그 바로 옆에 울창한 푸르름을 간직한 산이 자리잡고 있는 도시는 없다. 또한 서울 시내 어디에서 사방을 둘러보아도 울창한 산이 도시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곳도 없다. 게다가 청계천까지 가 본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다. 각종 하천 정비사업 덕분에 내가 살고 있는 송파구의 성내천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물 없이 진흙바닥을 흉물스럽게 드러냈으나 지금은 맑은 물이 흐르고 잉어들이 서식하고 있고 오리들이 떼지어 가족나들이를 하고 봄에는 수초가 꽃을 피우고 심지어 밤에는 수달도 나타난다는 미확인 소문도 있다. 이와 같이 산, 강, 하천이 잘 어우러진 도시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러한 우리만의 자랑을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고 이를 잘 설명해 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다. 어릴 적 교과서에 우리나라 산천을 금수강산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별 실감이 나지 않았으나 이제 보니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인천공항 : 우리는 별 생각 없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고 들어온다. 인천공항이 세계 공항 평가에서 6년 연속 1위를 했다는 보도를 보고 가슴 뭉클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학회를 유치하면서 이 사실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나라 공항을 이용하면서 여러 항목을 비교해 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 한 후 공항 밖으로 나오는데 빠르면 30분 밖에 안 걸리는 공항은 인천공항이 유일하다. 다른 나라 국제공항은 심하면 두어시간 씩 걸린다. 그리고 많은 연결 항공편, 쇼핑, 식사, 휴식, 다양한 문화체험, 화장실의 접근성, 승객의 동선, 그리고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대중교통편이 이렇게 좋은 공항은 없다. 국제공항에 대중교통수단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이에는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 

깨끗한 공기 : 저개발국에 가면 시내 공기가 아주 나쁘다. 차들이 대부분 오래되었고 기름도 나쁘고 도로 증가속도에 비해 자동차 숫자 증가가 훨씬 빨라 교통체증이 심해 차들이 선 채로 까만 매연을 내뿜는다. 이런 매연에 속이 뒤집어지기 일쑤라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손수건으로 코를 막아야 겨우 속이 진정되곤 하였다. 높은 곳에서 이런 도시를 내려다 보면 하늘의 아주 높은 층은 파란색인 반면 낮은 공기 층은 누런 색과 회색이 섞인 탁한 매연 층이 시내를 뒤덮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의 하늘도 전에는 이와 비슷했으나 언제부터인가 공기가 깨끗해진 것을 보게 되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60년 전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이렇게 크게 다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뉴욕, 런던, 파리, 로마, 마드리드, 이스탄불 등 이런 유명 도시들은 60년 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약간은 달라졌겠지만 기본적으로 역사와 예술작품을 신주단지 모시듯 간직하고 이로부터 큰 관광수입을 챙기는 도시들로써 기본적으로 크게 변할 수 없다. 또한 60년 전보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이 더 좋지 않은 나라들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나라들과 달리 근세기 일제침략과 전쟁으로 철저하게 파괴되어 완전 무에서 지금의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 없다.

이와 같이 우리의 좋아진 자연 환경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눈부신 발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보존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책임도 있으나 더 중요하게는 우리 모두의 몫일 것이다. 이제 세계를 향하여 우리나라를 알리는 일에는 과거의 겸손함과 소극적인 태도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우리모두 적극 큰 목소리로 나서야 할 때이다

2010년 12월 28일

박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