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교육･연구 경험 집약...영문판 출간 기대

서평-선천성 심장병 박인숙 울산의대 교수 지음/고려의학 펴냄/18만원

박인숙 울산의대 교수(소아심장학)가 펴낸 <선천성 심장병>은 43장 1097쪽으로 구성된 방대한 분량의 전문서적이다. 소아심장학이란 특수한 분야는 어린이의 심장병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알려진 분야가 아니다. 전공하는 의사들도 많지 않아 일반에게 소외된 분야이지만 의학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분야이다. 심장의 크고 작은 선천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많은 어린이들에게 새생명을 줄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소아심장학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본격적인 수련과 경험을 쌓고 귀국하여 우리나라 소아심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와 연구, 그리고 교육에 매진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 임상가이자 교육자이다. 이 책에는 그의 30년 경험이 집약돼 담겨 있다.

이 책에서는 심장의 구조와 발생으로부터 시작해 진단과 치료에 이르기까지 어렵게 느껴지는 각종 선천성 심장기형을 사진과 그림을 곁들여 알기 쉽게 설명해 학생은 물론 이 분야 전문가들에게도 없어서는 안 될 책이다. 특히 최근에 해상도가 급격히 좋아진 CT와 MRI사진을 통해 실제로 있었던 환자 심장의 세부구조는 물론 입체적 관계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마치 뛰고 있는 심장을 몸 밖에서 직접 보면서 공부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책에서 취급하고 있는 질병들은 대부분이 흔히 볼 수 없는 것들로 처음 경험하는 의사들에게는 이들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데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각 장마다 최신의 참고문헌을 첨부하여 더 필요한 지식을 얻도록 배려했고 또 부검에서 얻은 심장 사진을 통해 영상과 실제를 연관시켜 독자가 정상 혹은 병적 심장 구조를 실감하도록 한 것도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그동안 좋은 의학서적도 많이 출간됐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교과서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선천성 심장병>과 같은 세부전문 의학 서적은 별로 없었다. 그 이유는 집필할 수 있을 만큼의 오랜 경험과 잘 정리된 증례의 축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 경험과 증례에 더해 저자의 집념과 사명감이 있어야 한권의 좋은 전문서적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우리나라 의학수준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저자가 그동안 같이 진료했던 동료나 후학을 저술에 참여케하여 개척자로서의 역할을 한 것도 대단히 고무적이다.

국내에서 이같은 전문서적이 출간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이러한 지식과 경험을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 의사들과도 나눌 수 있도록 영문판 <선천성 심장병>이 출간되어 우리나라 의학 수준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협신문

2008.10.16 22면